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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죽음 , 그리고-----
새별오름에 올랐다. 그리고 이시도르 목장에 다녀왔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성 골롬반 회 사제로 서품 되어 한국에 파견되었다고 한다. 피폐한 한국, 그것도 제주에서 사람들을 위해 목장을 만들었고 방직공장을 세웠다. 고향 아일랜드를 떠나 한평생을 한국에서 제주도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다 이시도를 목장에서 영면하고 있다. 목장 곳곳에 민들레가 피어 있었다.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이 만들어낼 또 다른 삶. 하늘엔 구름이 무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2022.11.08 -
시간, 공간
시간, 공간 용두암에 들렸다가 호텔로 돌아가던 길. 마을길을 지나다가 문득 만난 풍경. 감나무 한 그루. 그리고 평상. 참 오래 시간을 견디며 견뎌온 풍경일 것이다. 그런데 문 바로 왼쪽에 CC TV 예전과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현재. 조금씩 벗겨지고 바래가면서 시간이 낡아간다. 다른 그림 찾기처럼 숨어 있는 CC TV가 달려 있는 기둥 시간은 흐르고 조금씩 변해간다.
2022.11.06 -
빛
제주의 거문 오름에 첫 발릉 딛는 순간 삼나무 숲에 갇히고 말았다. 정말 어두웠다. 나무와 잎 사이를 비집고 햇살이 숲 속으로 스며들었다. 내 영혼이 찬 물로 샤워를 한 느낌.
2022.11.04 -
제목 없음
동네를 산책하다 내 눈에 들어온 풍경 녹색 합판으로 되어 있는 담장 안에서는 모종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을 터. 공사장 내부와 외부는 작은 창문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마 법으로 창을 내게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대개 그 창문은 투명한 아크릴로 되어 있다. 그런데 담장 안의 나무가 몸을 비집고 그 창문을 통해 비집고 나왔다. 같은 나무이지만 밑동은 담장 안에, 위쪽은 담장 밖으로 나뉘어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옆의 나무는 은근슬쩍 담장을 넘어와 늘어져 있다. 담장 안의 노란 나뭇잎, 담장 밖의 빨간 나뭇잎 녹색 합판으로 된 담장. 묘한 구성으로 이 가을의 한 풍경을 만들었다. 그런데 뭐라고 제목을 붙여야 좋을까?
2022.10.29 -
순간
순간(瞬間)이라는 시간 단위는 눈 깜짝이는 시간을 말한다. 물론 한 눈을 감고 사진을 찍을 때는 원래 순간이 뜻하는 시간보다 조금 더 걸린다. 거리의 기둥에 자건거 한 대가 기대어 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그 옆을 지나고 있다. 한 순간이 지나고 나서 카메라의 셔터가 열렸다 닫히니 이런 사진이 나왔다. 마치 자전거를 타는 사람 옆에 누군가가 같이 자전거를 타고 인도 위를 달리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순간이 만들어내는 허상, 혹은 조작된 모습..
2022.10.28 -
비상
그랜드 캐년에 해가 지고 달이 떴다. 한 여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 순간을 남자가 카메라에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남자 뒤에서 이 모든 걸 내가 찍고 있다. 마침 구름 끝에 달이 걸려 있다. 마치 비행기구름을 뒤에 남기고 날아가는 제트 비행기처럼 달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우연인지 그 순간 여인이 뛰어올랐다. 여인과 달의 비상.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그런데 그 여자와 남자가 서 있는 바위는 아래가 까마득히 보이는 절벽 위다. 순간을 잡으려는 열망이 두려움을 망각하게 만든다.
2022.10.28